"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린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습니다. 방향은 대체로 맞지만, 얼마나 그리고 언제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고 해서 다음 주에 아파트 호가가 그만큼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기준금리는 우리 집 앞에 도착하기까지 최소 세 단계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크기가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몇 달씩 늦게 도착하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 전달 경로를 한 칸씩 짚어봅니다. 개별 대출 상품을 고르는 실무보다는, 뉴스에 나온 금리 소식이 내 매수 여력에 어떤 크기로 닿는지 계산해 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본문의 금리와 제도 수치는 2026년 7월 기준입니다. 기준금리는 연 8회 결정되고 대출 규제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바뀝니다. 실제 대출을 받기 전에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의 최신 공시를 직접 확인하세요.
기준금리는 우리 집에 직접 닿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채권을 사고팔거나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상대는 은행이지 개인이 아닙니다. 개인이 이 금리로 돈을 빌릴 방법은 없습니다. 기준금리는 금융시장에서 돈값의 기준점을 옮기는 신호이고, 그 신호가 시장을 통과하면서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는 금리가 만들어집니다.
경로는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첫째, 기준금리가 국고채와 은행채 같은 시장금리를 움직입니다. 둘째, 시장금리가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됩니다. 셋째, 그 대출금리가 DSR 규제를 거쳐 빌릴 수 있는 금액, 곧 매수 여력을 결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금리는 전세와 월세의 균형을 바꾸고,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실질 부담을 다시 바꿉니다.
2026년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올렸습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2025년 5월 인하 뒤 이어지던 14개월간의 동결 국면이 끝났습니다. 이 결정 하나가 어떤 순서로 우리 집 앞까지 오는지를 따라가면, 앞으로 나올 금리 뉴스도 같은 틀로 읽을 수 있습니다.
1단계 — 기준금리에서 시장금리로
첫 단계는 채권시장입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한국은행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비용이 오르고, 그 여파로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도 함께 움직입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국고채보다 은행채입니다. 은행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려고 발행하는 채권이 은행채이고, 이 채권을 사 줄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리가 곧 은행의 원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처음으로 어긋남이 생깁니다. 채권시장은 이미 결정된 기준금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기준금리를 반영해 움직입니다. 시장 참가자들이 반년 뒤 인상을 예상하고 있으면 은행채 금리는 발표 전에 먼저 올라 있고, 실제 발표일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데 동결이 나오면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시장금리만 튀어 오릅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대출금리는 왜 올랐나"라는 질문의 답이 대개 여기 있습니다.
시차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채권시장의 반응은 몇 시간에서 며칠 안에 나타나지만, 은행채 금리 상승이 은행의 평균 조달원가에 스며드는 데는 몇 달이 걸립니다. 은행이 이미 낮은 금리로 조달해 둔 자금이 만기까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가 움직인 방향은 대체로 빠르게 전해지고, 그 크기가 다 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2단계 — 시장금리에서 내 대출금리로
두 번째 단계에서 시장금리는 상품별 기준금리로 바뀝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은 대체로 코픽스를 씁니다. 코픽스는 국내 여덟 개 은행이 예금과 은행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실제로 지불한 금리를 가중평균해 매달 15일 공시하는 지표입니다. 고정형이나 혼합형은 은행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은행이 신용도와 업무원가, 목표이익률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얹고 거래 실적에 따른 감면을 빼면 우리가 서명하는 계약서의 금리가 됩니다.
대출금리 = 기준지표(코픽스 또는 은행채) + 가산금리 − 우대금리. 이 식에서 기준지표만 시장이 정하고 나머지 두 항목은 은행이 정합니다. 그래서 시장금리가 내려가도 대출금리가 그만큼 내려가지 않는 일이 생깁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받는 시기에는 은행이 대출을 덜 내주려고 가산금리를 일부러 올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 기준금리 인하가 차주에게 도달하는 몫은 크게 줄어듭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026년 5월 연 2.90%에서 6월 3.05%로 올랐습니다. 같은 시기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략 연 4.2%에서 5.7% 구간, 고정형은 연 4.8%에서 7.5% 구간에 형성돼 있었습니다. 기준금리 2.75%와 실제 대출금리 사이에 1.5%p에서 3%p가 넘는 간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간격이 가산금리이고,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 은행의 영업 방침에 따라 사람마다 다릅니다.
변동형은 기준지표가 바뀌어도 곧바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6개월 주기 상품이라면 6월의 코픽스 상승이 내 상환액에 나타나는 시점은 다음 금리 변경일입니다. 인상기의 초반에 체감이 늦은 이유이고, 인하기에도 마찬가지로 늦게 도착합니다. 반대로 고정형은 계약 시점의 금리를 만기까지 들고 가므로, 그 뒤 시장이 어떻게 움직여도 상환액이 바뀌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앞으로의 금리를 맞혀야 답이 나오는 문제이고, 그건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3단계 — 금리가 대출 한도를 깎는 방식
세 번째 단계가 매수 여력에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서 더 결정적인 것은 빌릴 수 있는 총액 자체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DSR 규제 때문입니다. DSR은 연소득에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고, 은행권은 40%가 상한입니다. 용어의 정의와 LTV, DTI와의 차이는 기본용어 파악 편에 정리돼 있으니 여기서는 계산만 봅니다.
연소득 7,000만 원인 사람을 가정합니다.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상한은 2,800만 원, 월로 나누면 약 233만 원입니다. 이 233만 원으로 3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때 원금이 얼마까지 가능한지를 금리별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도 산정에 쓰이는 금리 | 빌릴 수 있는 원금 | 4.0% 대비 감소액 |
|---|---|---|
| 연 4.0% | 약 4억 8,900만 원 | 기준 |
| 연 5.0% | 약 4억 3,500만 원 | −5,400만 원 |
| 연 6.0% | 약 3억 8,900만 원 | −1억 원 |
| 연 7.0% | 약 3억 5,100만 원 | −1억 3,800만 원 |
연소득 7,000만 원, DSR 40%, 30년 원리금균등, 다른 대출 없음을 가정한 계산입니다. 금리가 1%p 오를 때마다 한도가 대략 9%에서 11%씩 줄어듭니다. 4%에서 6%로 2%p 오르면 빌릴 수 있는 돈이 1억 원 사라집니다. 이 사람이 자기 자금 4억 원을 갖고 있었다면 살 수 있는 집의 가격은 8억 9,000만 원에서 7억 9,000만 원으로 내려갑니다. 소득도 저축액도 그대로인데 도달 가능한 가격대만 한 칸 아래로 옮겨 간 것입니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이 한 겹 더 얹힙니다. 한도를 계산할 때 실제 계약금리가 아니라 여기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 값을 쓰는 제도입니다. 2025년 7월 시행된 3단계에서는 하한 1.5%p가 전 금융권 가계대출에 적용됩니다. 실제 금리가 연 4.5%라면 한도는 6.0%로 계산된다는 뜻이고, 위 표에서 4.5% 근처가 아니라 6.0% 행을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잘 갚을 수 있는지가 아니라 금리가 더 올라도 갚을 수 있는지를 미리 따지겠다는 취지입니다.
실제 한도는 DSR, LTV, 그리고 정책상 걸리는 대출 총액 상한 가운데 가장 낮은 값으로 결정됩니다. 2025년 6월 대책 이후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에 금액 상한이 걸려 있어,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그 위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에는 DSR이 먼저 걸립니다. 규제의 얼개는 정책분석 편에서 다루며, 한도와 지역 지정은 대책마다 바뀌므로 실행 직전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금리는 두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하나는 매달 나가는 이자를 늘려 보유 부담을 키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빌릴 수 있는 총액을 깎아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수와 그들이 지를 수 있는 가격대를 낮추는 것입니다. 가격에 더 빠르게 작용하는 쪽은 후자입니다. 이자 부담은 이미 집을 산 사람의 문제이지만, 한도는 지금 사려는 사람의 문제이고 가격은 지금 사려는 사람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금리는 전세와 월세의 균형도 바꿉니다
금리는 매매시장만 건드리지 않습니다. 전세와 월세 사이의 균형점도 함께 옮깁니다. 둘을 잇는 숫자가 전월세 전환율입니다.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연 몇 퍼센트로 환산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계산은 단순합니다. 전세보증금 5억 원짜리 집에서 2억 원을 월세로 돌린다고 할 때 전환율이 5.5%라면 연 1,100만 원, 월 약 92만 원이 됩니다. 전환율이 6.5%로 올라가면 같은 2억 원이 월 108만 원으로 바뀝니다.
법에는 상한이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은 존속 중인 계약에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 2%p를 더한 비율과 시행령이 정한 비율 중 낮은 쪽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2.75%인 2026년 7월 기준으로는 4.75%가 됩니다. 다만 이 상한은 기존 계약을 전환할 때 적용되는 것이고 새로 맺는 계약에는 강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실제로 관측되는 전환율은 법정 상한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2026년 6월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은 6.06%로 2018년 1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왜 월세가 늘어날까요. 세입자 쪽 계산부터 보면, 전세를 얻으려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이자는 금리를 따라 오릅니다. 전세대출 금리가 시장 전환율보다 높아지면 전세를 유지하는 비용이 월세보다 비싸집니다. 집주인 쪽에서는 보증금을 굴려 얻는 수익과 월세 수입을 비교하게 되는데, 여기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양쪽 모두 큰 보증금을 꺼리는 흐름이 겹쳤습니다. 2022년 이후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입니다.
이 변화는 매매가격에도 돌아옵니다. 전세가는 매매가가 더 내려가기 어려운 하한선 역할을 해 왔는데,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로 대체되면 그 하한선의 힘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월세가 오르면 임대수익률이 높아져 투자 수요를 부르기도 합니다. 두 힘의 방향이 반대라서 결과를 한 문장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전세가 만드는 하방 지지의 구조는 시장심리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금리를 내려도 집값이 곧바로 오르지 않는 이유
여기까지 보면 금리가 내려가면 한도가 늘고 부담이 줄어 가격이 오를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은 시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금리는 매수 여력이라는 조건 하나를 바꿀 뿐이고, 가격은 그 조건과 다른 조건들이 함께 만드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자주 금리를 이기는 변수는 공급입니다.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금리가 낮아도 전세가와 매매가가 함께 밀립니다. 인허가에서 입주까지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의 저금리와 3년 전에 정해진 공급 스케줄이 정반대 방향으로 부딪히는 일이 흔합니다. 2010년대 초반이 그랬습니다. 금융위기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는데도 수도권 아파트는 몇 년간 약세였습니다. 2기 신도시 입주 물량과 위축된 경기, 집값이 더 내릴 거라는 인식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두 번째는 규제입니다. 금리가 내려가 이론상 한도가 늘어나도 대출 총액 상한이나 규제지역 지정이 그 위를 덮고 있으면 실제로 빌릴 수 있는 돈은 늘지 않습니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규제에 흡수되는 구간이 생깁니다. 세 번째는 소득과 고용입니다. DSR은 소득을 분모로 쓰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도 소득이 줄거나 불안정하면 한도는 늘지 않습니다. 네 번째가 심리입니다. 가격이 더 내릴 것 같다는 판단이 퍼져 있으면 조건이 좋아져도 사람들은 기다립니다.
방향이 같더라도 크기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같은 인하기에 서울은 오르고 지방은 내리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금리는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공급과 소득, 인구 흐름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금리는 시장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조건에 가깝고, 어느 지역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그 지역의 조건이 정합니다. 이 두 축을 함께 보는 방법은 나만의 기준 만들기 편에서 다룹니다.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 — 인플레이션을 걷어내면
지금까지 말한 금리는 모두 명목 금리입니다. 계약서에 적히고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숫자입니다. 여기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 금리가 됩니다. 돈의 구매력 기준으로 실제로 얼마를 더 내고 빌리는 것인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2026년 7월 기준금리는 2.75%이고,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3.2% 올랐습니다. 명목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45% 정도가 됩니다. 명목으로는 3년 반 만에 인상했지만 실질로는 여전히 돈을 빌려 두는 쪽이 유리한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개인의 대출도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 4.5%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실질 이자율은 4.5%에서 3.2%를 뺀 1.3% 수준입니다. 명목 4.5%가 무겁게 느껴져도 실질 부담은 그보다 가볍습니다.
이 계산에는 두 가지 단서가 붙습니다. 첫째, 방금 쓴 3.2%는 지난 1년의 실적치입니다. 앞으로 상환할 30년에 적용되는 것은 미래의 물가이고, 이론적으로 맞는 계산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쓰는 것입니다. 둘째, 소비자물가는 장바구니 물가여서 자산가격 상승은 거의 반영하지 않습니다. 집값이 뛰어도 소비자물가지수는 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질 금리 계산은 방향을 잡는 도구이지 정밀한 숫자로 다룰 값은 아닙니다.
실질로 보는 관점을 자산 가격 자체에 적용하면 이야기가 한 번 더 바뀝니다. 어떤 아파트가 5년 동안 20% 올랐다고 할 때, 같은 기간 물가가 15% 올랐다면 구매력 기준의 상승분은 5%에 못 미칩니다. 명목 가격은 올랐는데 실질 가치는 거의 제자리인 경우입니다. 인플레하우스가 집값을 원화가 아니라 금이나 달러 같은 실물자산 기준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화라는 자로 재면 자의 눈금 자체가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눈금이 덜 변하는 자를 하나 더 대 보자는 것입니다. 자세한 배경은 인플레하우스 소개에, 계산 방식은 지표 계산 방법에 정리돼 있습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은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금리가 오르면 자산 수요가 눌립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부채의 실질 가치도 함께 깎습니다. 3억 원을 빌린 사람의 명목 빚은 그대로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면 그 3억 원이 갖는 무게는 해마다 줄어듭니다. 부동산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선호되는 자산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다만 그 사이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먼저 커지므로, 두 효과 중 어느 쪽이 클지는 시기마다 다릅니다.
과거 금리 사이클과 서울 아파트 가격
숫자로 정밀하게 맞추기보다 방향과 시차를 보는 편이 유용합니다. 지난 20년을 몇 개 구간으로 나눠 봅니다.
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대에서 2%대로 빠르게 내렸습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금리 인하만으로는 방향을 돌리지 못한 대표적인 구간입니다. 이후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기준금리가 1%대까지 내려가고 대출 규제도 완화되면서 시장은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금리와 규제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을 때 비로소 반응이 나온 셈입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대응으로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내려갔고, 이 시기 서울 아파트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반대 방향의 실험은 곧이어 찾아왔습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인상이 시작돼 2023년 초 3.50%에 도달했고, 그 사이 2022년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내렸습니다. 이 구간은 금리 인상이 매수 여력을 직접 깎으면서 가격에 빠르게 전달된 사례입니다.
2023년부터 2024년 초까지는 3.50%에서 동결이 이어졌는데, 서울 아파트는 2023년 하반기부터 반등했습니다. 금리가 그대로여도 더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공급 부족이 부각되자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2024년 10월부터 인하가 시작돼 2025년 5월 2.50%까지 내려갔고, 202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다만 같은 해 전국 평균 상승률은 서울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같은 금리에서도 지역별 결과가 갈린다는 점이 다시 확인됩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3년 6개월 만에 인상이 재개됐습니다. 물가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난 것이 배경으로 제시됐습니다. 이번 인상이 가격에 어떤 크기로 도달할지는 앞에서 본 경로를 따라가며 확인할 문제입니다. 은행채와 코픽스가 얼마나 따라 오르는지, 은행이 가산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대출 총액 규제가 계속 위를 덮고 있는지, 공급 스케줄이 어느 방향인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위 흐름은 방향과 시기를 정리한 것이고, 금리 하나가 가격을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구간에 공급, 규제, 세제, 인구 이동이 모두 함께 움직였습니다. 과거에 이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추론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금리 뉴스를 읽는 순서
기준금리 결정이 발표되면 다음 순서로 확인해 보면 소음과 신호가 나뉩니다.
첫째, 시장이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 봅니다. 예상대로면 은행채 금리는 발표 전에 이미 움직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놀라움이 없는 결정은 대출 금리를 거의 바꾸지 않습니다. 둘째, 발표문에 담긴 앞으로의 방향을 봅니다. 이번 결정의 크기보다 다음 몇 번의 방향이 시장금리에 더 크게 반영됩니다. 셋째, 코픽스와 은행채 5년물이 실제로 얼마나 움직이는지 한두 달 뒤에 확인합니다. 은행연합회 공시로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넷째, 그 변화를 자기 숫자에 대입합니다. 앞의 표처럼 소득과 DSR 한도를 넣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계산해 보면, 뉴스의 0.25%p가 내 예산에서 몇 천만 원인지 바로 나옵니다. 다섯째, 규제와 공급을 함께 확인합니다. 금리가 좋아져도 총액 상한에 막혀 있으면 여력은 늘지 않고,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역이라면 그 영향이 금리보다 클 수 있습니다. 여섯째, 실질로 한 번 더 봅니다. 명목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나란히 놓으면 지금이 돈을 빌리기에 어떤 국면인지 다르게 보입니다.
금리를 맞히려는 시도는 대체로 실패합니다. 전문 기관의 전망도 자주 빗나갑니다. 예측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조건별 계획을 미리 세워 두는 것입니다. 금리가 2%p 오르면 내 상환액과 한도가 어떻게 되는지, 그 상태에서도 감당이 되는지를 계약 전에 계산해 두면 뉴스가 나올 때마다 흔들릴 일이 줄어듭니다. 금리는 통제할 수 없지만, 어떤 금리에서 무엇을 할지는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본문의 기준금리, 코픽스, 대출금리 구간, 스트레스 DSR 적용 단계, 전월세 전환율, 대출 총액 상한은 모두 2026년 7월 기준입니다. 기준금리는 연 8회, 코픽스는 매달, 대출 규제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바뀝니다. 표의 한도 계산은 다른 대출이 없다는 가정 아래 원리금균등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 실제 심사 결과와 다릅니다. 실행 전에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거래 은행의 최신 기준을 반드시 직접 확인하세요.
- 기준금리는 개인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고채와 은행채를 거쳐 코픽스가 되고, 가산금리가 붙어야 내 대출금리가 됩니다.
- 채권시장은 결정된 금리가 아니라 예상되는 금리를 반영합니다. 기준금리가 그대로인데 대출금리가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 금리는 이자를 늘리는 것보다 DSR 한도를 깎는 쪽으로 가격에 더 빠르게 작용합니다. 연소득 7,000만 원 기준으로 산정금리가 4%에서 6%가 되면 한도가 약 1억 원 줄어듭니다.
- 스트레스 DSR은 실제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한도를 계산하므로, 체감 한도는 계약금리 기준보다 한 단계 더 낮습니다.
- 금리 인하가 곧 상승은 아닙니다. 공급, 규제, 소득, 심리가 반대로 작용하면 인하기에도 약세가 이어집니다.
- 명목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이 됩니다. 2026년 7월 기준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에 가깝고, 자산 가격도 실질로 환산해 보면 명목과 다르게 보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 참고 자료이며 투자나 대출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